피할 수 없던 길 위에서, 나를 만들던 시간들
HY 실업계 자동차과를 졸업할 때도, 자동차 정비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할 때에도, 자동차 정비는 나에게 선택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경로에 가까웠다. 마지못해 시작한 길이었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늘 최선을 다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호주에 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 정비 일은 영주권과 연결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고, 선택의 폭은 좁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죽기 살기로 일했다. 버텨야 했고, 증명해야 했으며,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렸음에도, 그 노력은 언제나 ‘살기 위해서 이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 사실이 나를 늘 슬프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만 마음 한켠을 둥둥 떠다닐 뿐, 현실은 그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발부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처럼, 자동차 정비라는 일은 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느낌을 주었다.
그 인식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호주내에 HY 딜러십에서 일하면서부터였다. HY 딜러십 정비사로 보낸 시간은 비록 가난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성실했던 시기였다.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문제 앞에 서서 끝까지 답을 찾으려 했던 나 자신의 기록이었다. 고장이 난 차량을 마주할 때마다 원인을 추적했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며 스스로를 증명해 나갔다. 그 과정은 고단했지만, 동시에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쉽게 포기한 문제를 맡게 될 때면 부담보다 책임을 먼저 느꼈고, 그 책임을 다해냈을 때 비로소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쌓아온 경험과 태도가 언젠가는 나를 다른 자리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그 자리를 버틸 수 있었다.
![]() |
이 깨달음은 분노라기보다는 조용한 체념에 가까웠다. 오랜 시간 나를 지탱해주던 자부심이, 실은 나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곳에서의 나는 사람으로서의 나보다, 퍼포먼스로서의 나로 더 명확히 정의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 모든 경험은 분명 나의 일부였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동안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았던 모든 노력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흩어져 있던 시간들이 하나로 합쳐져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경험들은 ‘CHARM MOTORS’를 더욱 알차게 꾸려가며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피할 수 없었던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결국, 나를 이 자리로 데려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WEL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