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00km를 달린 디젤 픽업트럭 한 대가 차고지 입구로 들어섰다.
차량이 멈춰 서기도 전에 전달되는 엔진 소리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불협화음처럼 엉킨 소음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먼저 일어났다. 정기 점검 주기를 한참 넘겨 엔진에 탈이 나자, 불안해진 차주가 급하게 찾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예상대로 차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비 내용보다는 오일 가격과 종류만을 까다롭게 물었다. 묵직하게 들려오는 이상 소음을 뒤로한 채, 손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엔진 소리가 일반적이지 않은데, 혹시 오일 교체 주기를 넘겨서 난 소리라 생각하시고 새 오일만 넣으면 소음이 싹 사라질 거라 기대하십니까?"
차주는 기다렸다는 듯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엔진에서 들리는 건 단일 소음이 아닙니다. 적어도 서너 가지의 서로 다른 기계적 소음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오일을 교체한다고 해서 이 소음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일을 빼내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하나씩 추적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담담한 설명에 차주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작업은 시작되었다.
교환 주기를 한참 초과(Overdue)한 디젤 엔진 오일은 예상대로 유난히 짙고 묵직한 검은색을 띠며 빠져나왔다. 오일 필터를 교체하기 위해 리프트를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며, 탐정의 눈으로 엔진 주변을 세밀하게 훑어 내려갔다.
그때, 에어 인테이크 호스와 연결된 블로바이 가스 홀(Blow-by gas hole) 쪽이 눈에 들어왔다. 호스가 단단히 고정되지 못한 채 살짝 분리되어 겨우 걸쳐져 있었다.
'주행 중 엔진이 떨리고 힘이 없었던 것, 그리고 미세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던 건 바로 이 녀석 때문이었겠군.'
즉시 분리된 호스 부위를 사진으로 남겨 차주에게 보여주며 상태를 설명했다.
새 오일과 필터를 장착한 뒤, 유격이 생겼던 블로바이 호스도 원래 위치로 단단히 고정하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음은 이전보다 한결 정돈되었지만, 여전히 불길한 마찰음은 남아있었다. 여러 범인 중 한 녀석만 잡힌 셈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소음의 진범은 외벨트(Drive belt)에 연결되어 크랭크 풀리와 함께 회전하는 부속(Components)들 중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벨트 라인을 유심히 살피자, 몇몇 아이들 풀리(Idle pulley) 중앙에 붉게 안개가 핀 것처럼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발전기(Alternator)나 파워 스티어링 펌프 역시 의심의 선상에서 배제할 수 없었다.
확증을 얻기 위해 회전 중인 아이들 풀리 베어링 쪽에 분무형 구리스 스프레이를 살짝 도포해 보았다.
유기적인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엔진을 껐다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구리스가 침투한 순간 찢어질 듯한 소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가, 이내 구리스가 밀려나며 다시 소음이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소음의 진원지가 외벨트 구동계 베어링으로 narrowed down(압축)되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현장의 증거들을 차주에게 직접 확인시켜 주었다.
"스프레이 구리스로 응급 처치를 했을 때 소음의 크기가 변하는 걸 보니, 벨트와 풀리 베어링 쪽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당장은 차를 쓰셔야 하니 일단 오늘 작업을 마무리하지만, 조만간 미리 예약을 잡고 다시 오셔야 합니다. 그때는 벨트를 완전히 탈거하고 각 부품을 하나씩 유격 점검하여 필요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순히 '오일만 바꾸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차주는, 소음 뒤에 숨어있던 기계적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엔진 소음 속에 숨어있던 범인들의 윤곽을 잡아내며, 하루가 또 하나 마무리되었다.